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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결혼 기념일에 쓴 일기입니다...]
 

영일대 어느 찻집에서 차 한 잔 마시며

그동안 고생했다고 지금까지 미안했다고

그리고 항상 고마웠다는 내용의
몇 자 적은 나의 편지와 함께
빨간 장미 한 송이를 건네줄 때

아내가 두 눈에서 수줍음을 보였던 것을 보면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나의 아내도 이제까지
열아홉 나이를 숨기고 살아왔는지 모른다


근사한 호텔에서 오색 불꽃 터트리며
와인잔 부딪히는 결혼 기념일이
내 아내라고 해서 왜 좋아하지 않겠나마는

영일만 밤배의 아련한 불빛과
만드는 공장의 야경으로 오색 불꽃을 대신하며 
파도 소리 발 맞춰 바닷가를 걸으면서도

과년한 딸 귀가 걱정에
집 떠나있는 아들 안부 걱정에
홀 시아버님의 잠자리 걱정에

아내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던
그날의 결혼 기념일...


지금 생각하니
나의 아내는 열아홉 소녀로 살아가면서도
모정의 한 세월을 보내는
이 세상 여느 어머니들처럼

또 한편으로는 아내처럼 며느리처럼
그렇게 바쁘고 고단하게 살아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인연을 맺고 살아온 그 숱한 시간들
비록 가끔은 소홀했던 시간이 있었지만

지나온 시간 중에
후회로 남는 일이 있었다하더라도

다가올 시간만큼은
굳이 찬란한 사랑이 아니라도
가슴 한편 기쁨으로 채워지는
그런 소박한 사랑을 아내에게 주고 싶다


결혼 기념일...
나는 열아홉 살 소녀에게 사랑 고백하는
부끄러움 많은 청순한 소년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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